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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설 지장경(2018년 7월 26일 올림)

작성자
청련사
작성일
2020-01-10 17:25
조회
1083
지장보살본원경


제1품 도리천궁신통품
忉利天宮神通品

도리천궁에서의 신통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도리천궁에서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그때 시방의 한량없이 많은 세계에서 말할 수도 없이 많은 부처님과 큰 보살마하살이 모두 다 법회에 오셔서 찬탄하셨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능히 오탁악세(五濁惡世)에서 불가사의한 큰 지혜와 위신력을 나투사 억세고 거친 중생들을 조복하시고, 악한 일에는 괴로움이 따르고 착한 일에는 즐거움이 따르는 고락법(苦樂法)을 가르쳐 바른 길로 이끄신다."
그리고 각기 시자를 보내시어 부처님께 문안을 드렸다.
이때 부처님께서 웃음을 머금으시고 백천만억의 큰 빛구름[大光明雲]을 놓으셨다. 이른바 원만하게 큰 빛구름 · 큰 자비의 빛구름 · 큰 지혜의 빛구름 · 큰 반야의 빛구름 · 큰 길상(吉祥)의 빛구름 · 큰 복덕의 빛구름 · 큰 공덕의 빛구름 · 큰 귀의(歸依)의 빛구름 · 큰 찬탄의 빛구름이었다.
이러한 빛구름을 놓으시고는 또 여러 가지 미묘한 소리를 내시니, 이른바 보시바라밀 소리 · 지계바라밀 소리 · 인욕바라밀 소리 · 정진바라밀 소리 · 선정바라밀 소리 · 지혜바라밀 소리 · 큰 사랑[慈]의 소리 · 큰 슬픔[悲]의 소리 · 큰 기쁨[喜]의 소리 · 큰 버림[捨]의 소리 · 해탈의 소리 · 번뇌가 다한 소리 · 지혜의 소리 · 큰 지혜의 소리 · 사자가 외치는 듯한 소리 · 큰 사자가 외치는 듯한 소리 · 천둥 소리 · 큰 천둥 소리였다.
이렇게 말로 하기 어려운 소리를 내시니, 사바세계와 타방국토(他方國土)에 있는 한량없이 많은 하늘 · 용 · 귀신들도 도리천궁으로 모여들었다. 이를테면 사천왕천(四天王天) · 도리천(忉利天) · 수염마천(須燄摩天) · 도솔타천(兜率陀天) · 화락천(化樂天) ·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 범중천(梵衆天) · 범보천(梵輔天) · 대범천(大梵天) · 소광천(少光天) · 무량광천(無量光天) · 광음천(光音天) · 소정천(少淨天) · 무량정천(無量淨天) · 변정천(遍淨天) · 복생천(福生天) · 복애천(福愛天) · 광과천(廣果天) · 엄식천(嚴飾天) · 무량엄식천(無量嚴飾天) · 엄식과실천(嚴飾果實天) · 무상천(無想天) · 무번천(無煩天) · 무열천(無熱天) · 선견천(善見天) · 선현천(善現天) · 색구경천(色究竟天) · 마혜수라천(摩醯首羅天) 내지 비상비비상처천(非想非非想處天)의 온갖 하늘 · 용 · 귀신의 무리들이 법회에 모여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또 타방국토와 사바세계에 있는 바다신[海神] · 강신(江神) · 냇물신[河神] · 나무신[樹神] · 산신(山神) · 땅신[地神] · 못신[川澤神] · 곡식신[苗稼神] · 낮신[晝神] · 밤신[夜神] · 허공신[空神] · 하늘신[天神] · 음식신(飮食神) · 풀과 나무의 신[草木神] 등 모든 신들도 법회에 모여들었다.
또한 타방국토와 사바세계의 모든 큰 귀왕(鬼王)들, 이른바 사나운 눈을 가진 귀왕[惡目鬼王] · 피를 빨아먹는 귀왕[啖血鬼王] · 정기를 빨아먹는 귀왕[啖精氣鬼王] · 태와 알을 먹는 귀왕[啖胎卵鬼王] · 병을 옮기는 귀왕[行病鬼王] · 독을 빨아들이는 귀왕[攝毒鬼王] · 마음이 자비로운 귀왕[慈心鬼王] · 복을 주는 귀왕[福利鬼王] · 크게 사랑하고 공경하는 귀왕[大愛敬鬼王]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법회에 모여들었다.
그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법왕자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여기에 모인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 그리고 하늘 · 용 · 귀신들을 보는가? 지금 이 세계와 타방세계 및 이 국토와 타방국토에서 이와 같이 도리천 법회에 참석한 이들의 숫자를 그대는 알겠는가?"
문수사리보살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 신통력[神力]으로는 설령 천겁 동안을 헤아린다 하더라도 그 수를 알지 못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이르셨다.
"내가 부처의 눈[佛眼]으로 보아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나니, 이들은 모두 다 지장보살이 오랜 세월을 지내오면서 이미 제도하였거나 지금 제도하고 있거나 미래에 제도할 대중들이며, 또한 이미 성취시켰거나 지금 성취시키고 있거나 미래에 성취시킬 대중들이니라."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과거 오랫동안 선근(善根)을 닦아 걸림없는 지혜[無碍智]를 얻었으므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땅히 믿고 받아 지닐 수 있사옵니다. 그러나 소승성문(小乘聲聞)이나 하늘 · 용 등 팔부신중(八部神衆)과 미래세의 모든 중생들은 비록 부처님의 진실하신 말씀을 들을지라도 반드시 의심을 품을 것이오며, 설령 받아들였다가도 곧 다시 비방하게 되는 일이 많을 것이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지장보살마하살은 과거에 어떤 행을 하였고 어떤 원(願)을 세웠기에 이처럼 불가사의한 일을 능히 성취하셨는지 자세히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건대, 저 삼천대천 세게에 가득한 풀 · 나무 · 숲 · 벼 · 삼나무 · 대나무 · 갈대와 산의 돌과 가는 티끌까지 갖가지 물건을 하나하나 세어서 그 수만큼의 항하[갠지스강]가 있다고 하고, 그 많은 항하의 모든 모래알만큼의 세계가 있으며, 그 숱한 세계 안의 먼지 하나를 한 겁으로 치고, 그 모든 겁 동안에 쌓인 먼지 수만큼의 겁이 있다하더라도 지장보살이 십지(十地)의 과위(果位)를 얻은 이래 교화한 자의 숫자는 위에서 비유하여 말한 숫자보다 천배나 많으리라. 그러니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있던 동안 교화한 이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문수사리여, 지장보살의 신통력과 서원은 생각할래야 생각할 수도 없으니, 만약 미래세의 선남자 · 선여인이 지장보살의 명호를 듣고 찬탄하거나, 우러러보고 예배하거나, 명호를 부르거나, 공양을 올리거나, 형상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조각하거나, 형상을 흙으로 빚어 칠을 하여 모시면 그러한 사람은 마땅히 백번을 도리천에 태어나며 오랫동안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게 되느니라.
문수사리여, 이 지장보살마하살은 지난 세상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오랜 겁 전에 큰 장자의 아들로 태어났느니라. 그때 세상에는 '사자분신구족만행여래'[獅子奮迅具足萬行如來 : 사자처럼 용맹스런 지혜로 만행을 갖추신 여래]라는 명호를 가지신 부처님이 계셨는데,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의 상호가 천가지 복[千福]으로 장엄되었음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어떤 서원을 세워 수행하셨기에 이러한 훌륭한 상호를 얻으셨나이까?'
이에 사자분신구족만행여래께서 장자의 아들에게 이르셨다.
'이와 같이 원만구족하게 꾸며진 몸을 얻고자 하거든 마땅히 오랜 세월 동안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시켜야 하느니라.'
문수사리여, 그때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큰 서원을 세우기를
'저는 미래세가 다하도록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죄업(罪業)으로 인해 괴로움을 받는 육도 중생을 모두 해탈시키고 나서 비로소 불도를 이루겠나이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로부터 지금까지 백천만억 나유타의 이루 말할 수 없는 겁 동안 지장은 아직도 보살행을 닦고 있느니라.
또 과거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아승지겁 전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를 '각화정자재왕여래'[覺華定自在王如來 : 꽃과 같이 아름다운 깨달음의 선정이 자유자재한 부처님]라 하셨으며, 그 부처님의 수명은 사백천만억 아승지겁이었다.
그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 형상을 따르는 시대[像法時代]에 한 바라문의 딸이 있었는데, 그는 과거의 생에 깊고 두터운 복을 심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로부터 흠모와 존경을 받았으며, 어느 곳을 가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간에 모든 하늘이 그를 지켜주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삿된 것을 믿고 항상 불 · 법 · 승 삼보(三寶)를 업신여겼으므로, 그 딸은 여러 가지 방편을 써서 어머니에게 바른 생각을 내게 하였지만, 어머니는 온전한 믿음을 내지 않았고 오래지 않아 목숨이 다해 곧 그의 혼신(魂神)이 무간지옥에 떨어졌느니라.
그때 바라문의 딸은 어머니가 세상에 살아 계실 때 인과를 믿지 않고 악업을 일삼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업에 따라 악도에 떨어졌음을 알고, 집을 팔아 좋은 향과 꽃 등 모든 공양 올릴 물건을 구하여 가지고 그 전 부처님[각화정자재왕여래]의 탑이 있는 절에 가서 크게 공양을 올렸느니라.
그때 바라문의 딸은 절 안에 모셔져 있는 매우 장엄하고 원만구족한 각화정자재왕여래의 불상을 보고 더욱 우러러 예배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큰 깨달음을 이루신 분[大覺]이라 지혜를 두루 갖추셨으니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라면 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부처님을 뵙고 여쭈면 어머니가 가신 곳을 반드시 알려주실 것이 아니겠습니까?'하고 부처님을 우러러보고 오래도록 울면서 기도를 하였다.
그때 홀연히 공중에서 소리가 들려 왔다.
'울고 있는 바라문의 딸이여, 너무 슬퍼하지 말라. 내가 이제 그대 어머니가 간 곳을 알려주리라.'
이에 바라문의 딸은 공중을 향하여 합장하고 사뢰었다.
'어떤 신묘한 덕[神德]을 갖추신 분이시기에 저의 근심을 너그러이 풀어 주시옵니까? 저는 어머니를 잃은 뒤 밤낮으로 생각하였사오나 어머니가 가신 곳을 물을 곳이 없었나이다.'
그때 공중에서 다시 바라문의 딸에게 이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대가 정성을 다하여 우러러 절을 하는 과거의 각화정자재왕여래이니라. 그대가 어머니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들의 배나 더하기 때문에 와서 일러주노라.'
이 소리를 듣고 바라문의 딸은 감격하여 몸부림치다가 팔다리가 성한데 없이 모두 다쳐 쓰러지자 좌우에 있던 이들이 부축하고 돌보아주어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리고 나서 공중을 향하여 다시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바라옵건대 인자하신 마음으로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어머니가 태어난 곳을 속히 일러주시옵소서. 저는 이제 몸과 마음을 가눌 수가 없고 곧 죽을 것만 같나이다.'
그때 각화정자재왕여래께서 바라문의 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공양 올리기를 마치거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서 단정히 앉아 나의 명호를 생각하라. 그리하면 곧 그대 어머니가 태어난 곳을 알게 되리라.'
이에 바라문의 딸은 곧 부처님께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와 단정히 앉아 어머니를 떠올리며 각화정자재왕여래의 명호를 생각하였다. 그대로 하루 낮과 하루 밤이 지나자 홀연히 자신이 한 바닷가에 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그 바닷물은 펄펄 끓고 있었다. 주위에는 몸이 쇠로 된 여러 사나운 짐승들이 바다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사나운 짐승들이 바다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수많은 남녀들을 다투어 잡아 뜯어 먹는 것이었다.
또 보니 야차들이 있는데 그 형상은 가지가지여서 손과 발은 물론 머리와 눈도 여럿이며, 어금니가 입 밖으로 삐쳐나와 날카로운 칼로 된 갈고리 같았다. 이들은 모든 죄인들을 사나운 짐승들 가까이로 몰아주고 또 스스로 때리고 움켜잡아 다리와 머리를 한데 서로 얽어 묶어 놓았다. 그 고통받는 형상이 천만 가지인지라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바라문의 딸은 부처님을 생각하는 원력(願力)으로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의 독한 마음을 없애주는 무독귀왕(無毒鬼王)이 있었다. 그는 머리를 조아리고 바라문의 딸인 거룩한 여인을 경건히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보살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거룩한 여인이 귀왕에게 물었다.
'이곳은 어떤 곳입니까?'
무독귀왕이 대답하였다.
'여기는 대철위산(大鐵圍山) 서쪽의 첫번째 바다입니다.'
거룩한 여인은 다시 물었다.
'철위산 안에는 지옥이 있다던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무독귀왕이 대답하였다.
'참으로 지옥이 있습니다.'
거룩한 여인은 다시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그곳까지 갈 수가 있겠습니까?'
'그곳은 부처님의 위신력이나 업력(業力)으로 갈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갈 수 없습니다.'
거룩한 여인이 다시 물었다.
'이 물은 어떤 연유로 저렇게 끓어 오르며, 많고 많은 저 사람들은 어떤 죄인이며, 저 많은 사나운 짐승들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무독귀왕이 대답하였다.
'이곳은 염부제에서 악한 짓을 하다 죽은 중생이 49일이 지나도록 그를 위해 공덕을 지어 고난에서 건져주는 일이 없거나, 살아있을 때에 착한 인연을 지은 것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본래 지은 악업[本業]대로 지옥에 떨어지게 되어 자연히 이 바다를 먼저 건너게 됩니다.
이 바다 동쪽으로 십만 유순(由旬)을 지나면 또 한 바다가 있는데 그곳의 고통은 여기의 배가 되며, 그 바다 동쪽에 또 한 바다가 있는데 그곳의 고통은 다시 그 배가 됩니다. 이 세 바다에서의 고통은 몸과 말과 의지로 지은 악업[三惡業] 때문에 스스로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업의 바다[業海]라 합니다.'
거룩한 여인이 또 무독귀왕에게 물었다.
'지옥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 세 바다 속이 큰 지옥이며, 그 지옥의 수가 백천이나 있는데 각각 차별이 있습니다. 큰 지옥이 열여덟이고, 다음으로 오백이 있고, 또 그 다음으로 천백이 있는 바, 그 지독한 고초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거룩한 여인이 무독귀왕에게 또다시 물었다.
'저의 어머니는 돌아가신 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혼신이 어느 곳에 가 있는지 알 수 없겠습니까?'
무독귀왕이 다시 물었다.
'보살의 어머니는 살아 계실 때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저의 어머니는 그릇된 소견으로 삼보를 비방하고 헐뜯었으며, 설령 잠깐 믿다가도 또 금방 공경하지 않았습니다.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다시 태어난 곳을 알 수 없겠습니까?'
무독귀왕이 물었다.
'보살의 어머니는 성씨가 무엇입니까?'
거룩한 여인은 대답하였다.
'저의 부모는 모두 바라문 종족으로 아버지의 이름은 시라선견(尸羅善見)이요, 어머니의 이름은 열제리(悅帝利)입니다.'
무독귀왕이 합장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거룩한 여인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보살[聖者]께서는 너무 슬퍼하거나 근심하지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 계십시오. 죄인이었던 열제리는 천상에 태어난 지 삼일이 되었습니다. 효순한 자식이 있어 어머니를 위하여 각화정자재왕여래의 탑이 있는 절에 공양을 올리고, 복을 닦은 공덕으로 보살의 어머니 뿐만 아니라 그날 이 무간지옥에 있던 죄인들 모두가 함께 천상에 태어나 편안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마치고 무독귀왕은 합장하며 물러갔다.
바라문의 딸은 꿈과 같이 집으로 돌아와 이 일을 깨닫고, 곧 각화정자재왕여래의 탑사(塔寺)에 모신 불상 앞에 나아가 크고 넓은 서원을 세웠다.
'바라옵건대 저는 미래겁이 다하도록 죄지어 고통받는 중생이 있으면 마땅히 널리 방편을 써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때 귀왕인 무독은 지금의 재수(財首)보살이고, 바라문의 딸은 지금의 지장보살이니라."


제2품 분신집회품
分身集會品

지장보살의 분신들이 모임

그때 백천만억의 이루 생각할 수 없고,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이 한량없는 아승지 세계에 있는 모든 지옥에 몸을 나투셨던 지장보살의 분신(分身)들이 도리천궁으로 모여들었다. 또한 여래의 위신력으로 각 방면에서 자기가 받은 업의 길[業道]을 벗어난, 천만억 나유타 수의 무리들이 모두 함께 향과 꽃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가 지장보살의 교화로 인하여 영원토록 다시없는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에서 물러서지 아니하며, 머나먼 겁으로부터 내려오면서 나고 죽는 물결에 빠져 육도(六道)를 쉴새없이 헤매면서 잠시도 쉴틈없이 갖은 고초를 받다가 지장보살의 넓고 큰 자비와 깊은 서원의 힘으로 제각기 도과(道果)를 얻은 무리들이었다. 이들은 도리천궁에 이르러서 아주 기쁜 마음으로 여래를 우러러보며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 금빛 팔을 펴시어 백천만억의 가히 생각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이 한량없는 아승지 세계의 모든 화신(化身) 지장보살마하살의 이마를 어루만지시며 이르셨다.
"내가 오탁악세(五濁惡世)에서 이와 같이 억세고 거친 중생들을 교화하여 그들의 마음을 바로잡아 삿된 것을 버리고 바른길로 돌아오게 하였느니라. 그러나 그 중 열 가운데 하나 둘은 아직도 나쁜 버릇에 빠져 있으므로 내가 또한 백천만억으로 분신을 나타내어 널리 방편을 베풀어 교화하나니, 근기가 뛰어난 이는 법을 들으면 곧 믿고 받아들이며, 좋은 과보를 받고 있는 자는 부지런히 권하면 성취하고, 어둡고 둔한 이는 오래도록 교화를 거치면 비로소 돌아오며, 업(業)이 무거운 이는 우러러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기도 하느니라.
이렇듯 중생의 무리는 각기 차이가 있어, 그들을 모두 제도하여 해탈시키기 위해 다양한 모습의 분신을 나타내느니라. 때로는 남자 · 여자의 몸을 나타내고, 때로는 하늘 · 용 · 귀신의 몸을 나타내고, 산 · 숲 · 내 · 강 · 못 · 샘 · 우물의 모습을 나타내어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모두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느니라. 또한 제석 · 범왕 · 전륜왕의 몸, 거사 · 국왕 · 재상 · 관속의 몸, 비구 · 비구니 · 우바새 · 우바이의 몸 내지는 성문 · 아라한 · 벽지불 · 보살의 몸을 나타내어 교화하고 제도하나니 단지 부처의 몸으로만 나타내는 것은 아니니라.
내가 여러 겁을 두고 부지런히 애써서 이처럼 교화하기 어려운 억세고 거친, 죄지어 고통받는 중생들을 제도하였느니라. 그러나 그 가운데 아직도 제도하지 못한 중생들이 죄업의 과보로 악도에 떨어져 크게 괴로워하는 것을 보거든, 그대는 마땅히 내가 이 도리천궁에서 간절히 부촉한 것을 생각하고 사바 세계에 미륵불이 오실 때까지 중생으로 하여금 모든 고통을 영원히 여의어 해탈케 하여 부처님을 만나 뵙고 수기를 받을 수 있게 하라."
그때 모든 세계에서 모인 지장보살의 분신들이 다시 한몸으로 되어 애절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아득하고 먼 옛 겁[久遠劫] 전부터 부처님의 인도를 받아 가히 생각할 수 없는 신통력을 얻어 갖추었나니, 저는 저의 분신으로 하여금 백천만억 항하의 모래알 같이 많은 세계에 두루하여서 한 세계마다 백천만억의 몸을 나투고, 한 분신이 백천만억 사람을 제도하여 삼보께 귀의하게 하며, 영원히 나고 죽음의 고통을 여의고 열반의 기쁨에 이르도록 하겠나이다. 그리고 불법 가운데에서 터럭 하나 · 물 한방울 · 모래 한알 · 먼지 한 티끌 · 털끝 하나만큼이라도 착한 일을 하게 되면 제가 점차 교화하여 제도하고 큰 이익을 얻도록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후세의 악업 중생 때문에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이와 같이 세 번 부처님께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을 찬탄하셨다.
"착하고 착하도다. 내가 그대를 도와 기쁘게 하리라. 그대는 능히 아득하고 먼 옛 겁으로부터 세운 큰 서원을 성취하고 장차 널리 중생을 제도한 연후에 곧 깨달음을 얻으리라."


제3품 관중생업연품
觀衆生業緣品

중생들의 업의 인연을 살핌

그때 부처님의 어머니이신 마야 부인이 공경히 합장하고 지장보살께 여쭈었다.
"성자시여, 염부제 중생이 짓는 갖가지 업과 그에 따라 받는 과보는 어떠합니까?"
지장보살이 대답하셨다.
"천만세계의 모든 국토에 지옥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여인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불법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성문과 벽지불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듯 지옥의 죄보(罪報)도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야 부인이 지장보살께 다시 여쭈었다.
"바라옵건대 염부제에서 지은 갖가지 죄업으로 인하여 악한 곳에 떨어져서 과보를 받는 것에 대하여 듣고자 하옵니다."
"성모(聖母)시여, 바라건대 잘 들으소서. 제가 대강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라옵건대 성자시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이때 지장보살이 마야부인에게 대답하셨다.
"염부제에서 받게 되는 죄보의 이름은 대개 이러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부모에게 불효하고 살생까지 한다면 당연히 무간지옥에 떨어지게 되어 천만억겁이 지나도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거나 삼보를 비방하고 경전을 공경하지 아니한다면 이 또한 마땅히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천만억겁이 지나도 벗어날 기약이 없게 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사찰의 재물을 훔치거나, 손해를 끼치거나, 비구 · 비구니를 더럽히거나, 절 안에서 함부로 음행을 하거나, 혹은 생명을 죽이거나 해치면 이러한 무리도 당연히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천만억겁이 지나도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또 사문은 되었지만 마음은 사문이 아니어서 절 재물을 파괴하고 함부로 쓰며, 신도를 속이고, 계율을 어겨 갖가지 나쁜 죄를 지으면 이러한 무리들도 마땅히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천만억겁이 지나도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승가의 물건을 훔치든지, 재물 · 곡식 · 음식 · 의복 가운데 단 한 가지라도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면 이러한 무리들도 당연히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천만억겁이 지나도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성모시여, 만약 어떤 중생이라도 이와 같은 죄를 지으면 당연히 오무간지옥(五無間地獄)에 떨어지는데 그곳에서는 잠깐만이라도 고통이 멈추어지기를 원하지만 그 뜻을 이룰 수 없습니다."
마야 부인이 거듭 지장보살에게 여쭈었다.
"어떤 곳이기에 무간지옥이라고 이름하나이까?"
지장보살이 대답하셨다.
"성모시여, 모든 지옥은 대철위산 안에 있는데 그 중에 대지옥이 열여덟 곳이 있으며, 그 다음의 지옥이 오백이 있어 이름이 각각 다르며, 또 그 다음의 지옥이 천백인데 역시 이름이 각각 다릅니다.
무간지옥은 성 둘레가 팔만여 리가 되고, 그 성은 순전히 쇠로 만들어졌으며, 성의 높이는 일만 리이고, 성 위에는 불무더기가 있어서 빈틈없이 타오르고 있으며, 그 지옥의 성 안에는 모든 지옥이 서로 이어져 있는데 그 이름이 각각 다릅니다. 거기서도 특별한 지옥이 있어서 이름을 무간지옥이라 하는데 그 지옥의 둘레는 일만 팔천 리요, 옥 담장의 높이는 일천 리이며, 위의 불은 밑으로 타 내려오고, 밑의 불은 위로 치솟으며, 쇠로 된 뱀과 소로 된 개가 불을 뿜으면서 옥담장 위를 동서로 쫓아다니며, 옥 안에는 넓이가 일만 리나 되는 평상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죄를 받아도 그 몸이 평상 위에 가득차고 천만 사람이 죄를 받을 때도 또한 각기 자기 몸이 평상에 가득차는 것을 보게 되니, 여러 죄업으로 인하여 받게 되는 과보가 이와 같습니다.
또 모든 죄인이 온갖 고통을 골고루 갖추어 받나니, 백천의 야차와 악한 귀신들의 어금니는 칼날과 같고, 눈빛은 번개와 같으며, 손은 구리쇠 손톱으로 죄인의 창자를 빼내어 토막쳐 자르며, 어떤 야차는 큰 쇠창을 가지고 죄인의 몸을 찌르거나 입과 코를 찌르며, 혹은 배와 등을 찔러서 공중에 던졌다가 도로 받아 평상 위에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쇠독수리는 죄인의 눈을 쪼아 먹고, 쇠뱀은 죄인의 목을 감아 조이며, 온 몸 마디마디에는 긴 못을 내리박고, 혀를 뽑아놓고 쟁기로 갈며, 죄인을 끌어다가 구리쇳물을 입에 붓고, 뜨거운 철사로 몸을 감아 만 번 죽였다 만 번 살렸다 하나니, 죄업으로 받는 과보가 이와 같아서 억겁을 지내도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이 세계가 무너질 때는 다른 세계로 옮겨가게 되고, 다른 세계가 무너지면 또 다른 세계로 옮겨가고 하다가, 이 세계가 다시 이루어진 뒤에는 또 돌고 돌아 다시 오게 되나이다. 무간지옥의 죄보는 이러합니다.
또한 다섯 가지 업으로 느끼는 것[業感]이 있어 오무간(五無間)이라 이름하는데 그 다섯 가지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밤낮으로 고초를 받는데 여러 겁을 거듭한다 해도 잠시도 끊일 사이가 없으므로 무간이라 하며,
둘째는 한 사람만으로도 가득히 차고 많은 사람이 있어도 가득하므로 무간이라 하며,
셋째는 형벌을 다루는 기구에 쇠방망이 · 독수리 · 뱀 · 늑대 · 개 · 맷돌 · 톱 · 도끼 · 가마솥에 끓는 물 · 쇠그물 · 쇠사슬 · 쇠나귀 · 쇠말 등이 있으며, 생가죽으로 목을 조르고, 뜨거운 쇳물을 몸에 붓고, 배 고프면 쇠 구슬을 삼키게 하고, 목 마르면 쇳물 마시게 하기를 해가 다하고 겁이 다하여 한량없는 나유타(那由他) 겁이 지나도록 고통이 잠시라도 끊일 사이가 없으므로 무간이라 하며,
넷째는 남자나 여자나, 중앙에서 태어났거나 변방에서 태어났거나, 늙은이나 어린이나, 귀한이나 천한이나 이를 가리지 않고 천인 · 왕 · 신 · 하늘 · 귀신까지도 죄를 지은 업의 과보는 모두 똑같이 받으므로 무간이라 하며,
다섯째는 만약 이 지옥에 떨어지면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백천겁에 이르도록 하루 동안에 만 번 죽고 만 번 살아나 그 사이에 한 순간만 쉬고자 하여도 쉴 수 없고, 오직 업이 다해야 비로소 다른 곳에 나게 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므로 무간이라고 합니다.
성모시여, 무간지옥에 대한 것을 대강 말하자면 이와 같으나, 만약 지옥의 형벌을 다루는 기구 등의 이름과 그 모든 고통을 상세히 말하자면 한 겁 동안이라도 다 말할 수 없습니다."
마야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나서 근심 어린 얼굴로 합장 정례하고 물러갔다.


제4품 염부중생업감품
閻浮衆生業感品

염부제 중생들이 받는 업보

이때 지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은 연고로 두루 백천만억 세계에 이 몸을 나투어서 모든 고통받는 중생을 제도하오니 만약 여래의 크나큰 자비의 힘이 아니라면 능히 이러한 변화를 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제가 이제 또한 부처님의 부촉(付囑)하심을 받아, 아일다[미륵불의 前身]님께서 성불하여 오실 때까지 육도 중생을 해탈케 하오리니 세존께서는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그때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에게 이르셨다.
"모든 중생들이 해탈을 얻지 못하는 것은, 성품이 일정치 못하여 악한 습관으로 업을 짓기도 하고 착한 습관으로 업을 짓기도 하기 때문이니라. 그리하여 나쁜 과보도 받고 좋은 과보도 받으면서 경계에 따라 태어나 여섯 갈래 길[六道 : 천상 · 인간 · 아수라 · 지옥 · 아귀 · 축생]을 윤회하되 잠시도 쉴 사이가 없으며, 티끌 수와 같이 많은 겁이 지나도록 미혹하여 장애와 액난을 받느니라. 마치 고기가 그물 안에 있으면서 흐르는 물 속에 있는 줄로 알아 벗어났다가 들어가고, 잠시 나왔다가 또다시 그물에 걸리는 것과 같느니라.
이러한 무리들을 내가 근심하고 염려하였더니, 그대가 이미 옛부터 세웠던 원력을 여러 겁을 두고 거듭 세워 이들 죄업 중생의 무리들을 제도하리라 하니, 내가 다시 무엇을 염려하리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법회에 참석하고 있던 '정자재왕보살마하살'[定自在王菩薩 : 선정의 힘이 자재한 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지장보살이 여러 겁을 내려오면서 각각 어떤 서원(誓願)을 세웠기에 이렇게 세존의 은근하신 찬탄을 입게 되었나이까? 세존께서는 간략하게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정자재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새겨 들어서 잘 생각하고 생각하여라. 너를 위하여 분별하여 설명하리라.
지나간 과거 한량없는 아승지 나유타 불가설 겁 전에 한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는 '일체지성취여래'[一切智成就如來 : 일체 지혜를 성취하신 여래] · 동등한[應供] · 바르고 평등하게 깨달은[正遍知] · 명[明 : 밝힘]에의 행을 완성한[明行足] · 잘 간[善逝] · 세간을 아는[世間解] · 더 이상 없는 스승[無上師] · 사람을 길들이는[調御丈夫] · 천신과 인간의 스승[天人師] · 깨달은 어른[佛世尊]이셨고, 그 부처님의 수명은 육만겁이었느니라.
그 부처님께서 출가하시기 전에는 작은 나라의 왕으로서 이웃 나라의 왕과 벗이 되어서 열 가지 착한 일[十善業]을 행하며 중생들을 이롭게 하였느니라. 그런데 이웃나라의 백성들이 여러 가지 악을 많이 지었기에 두 왕은 의논하여 여러 가지 방편을 베풀어 그들을 가르쳤느니라. 그때 한 왕은 서원을 세우기를 '불도(佛道)를 어서 이루어서 널리 이 중생들을 남김없이 제도하리라' 하였고, 다른 왕은 서원을 세우기를 '만약 이 죄많은 중생들을 제도하여 편안케 하고 보리도(菩提道)에 이르도록 하지 못하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부처가 되기를 바라지 않으리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정자재왕보살에게 계속하여 말씀하셨다.
"속히 성불하기를 발원한 왕은 곧 일체지성취여래이시며, 죄많은 중생들을 제도하지 아니하면 결코 성불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발원한 왕은 곧 지장보살이니라.
또 과거 한량없는 아승지겁 전에 한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가 '청정연화목여래'[淸淨蓮華目如來 : 눈이 연꽃처럼 깨끗한 여래]이시고, 그 부처님의 수명은 사십(四十)겁이었는데 그 부처님의 상법(像法)시대에 한 아라한이 중생을 복으로써 제도하고 계셨느니라.
중생의 근기에 따라 차례로 교화하시다가 눈이 빛나는 광목(光目)이라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광목이 음식을 만들어 공양을 올리자 아라한은 '바라는 것이 무엇이오?'하고 물었다.
그러자 광목이 대답하였다.
'제가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날에 복을 지어 어머니를 천도하고자 하오나 어머니께서 어느 곳에 나신 줄을 모르겠습니다.'
아라한은 이를 가엾이 여기고 선정(禪定)에 들어 관찰하여 보니, 광목의 어머니가 나쁜 갈래에 떨어져 큰 고통을 받는 보였다. 이에 아라한은 광목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어머니는 살아 계실 때 어떤 죄업을 지었기에 지금 나쁜 갈래에서 저렇게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까?'
광목이 대답하였다.
'저의 어머니는 평소에 물고기와 자라 따위를 먹기 좋아하시어 특히 자라 새끼를 많이 먹었는데, 볶고 지지고 하여 마음대로 먹었습니다. 아마 그 수가 천이나 만보다도 배나 더 될 것입니다. 존자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어떻게든 저의 어머니를 구하여 주시옵소서.'
아라한이 이를 불쌍히 여기시고 방편을 지어 광목에게 권하였다.
'그대는 지극한 정성으로 청정연화목여래를 생각하고 그 형상을 조성하거나 그려서 모시도록 하시오. 그렇게 하면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모두 좋은 과보를 얻을 것이오.'
광목은 이 말을 듣고 아끼던 물건들을 팔아서 급히 부처님 형상을 그려 모시고 공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우러르며 슬피 울면서 예배드렸다. 문득 새벽녘 꿈에 부처님의 모습을 뵈오니 금빛 찬란한 것이 마치 수미산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큰 광명을 놓으시며 광목에게 이르셨다.
'너의 어머니는 오래지 않아 너의 집에 태어나게 되리라. 그리고 배 고프고 추운 것을 알 때쯤이면 곧 말을 하게 되리라.'
그 뒤 광목의 집에 있는 한 종이 자식을 낳았는데, 사흘이 채 못되어 말을 하며, 머리를 숙여 슬피 울면서 광목에게 말하였다.
'생사의 업연(業緣)으로 과보를 스스로 받게 되었으니 내가 바로 너의 어미다. 오래도록 컴컴하고 어두운 곳에 있었으며 너와 헤어진 후로 여러 번 대지옥에 떨어졌으나 이제 너의 복력(福力)을 입어 사람의 몸을 받았지만[受生] 이렇게 하천한 사람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수명이 짧아 열세살이 되면 다시 나쁜 곳[惡道]에 떨어지게 될 것이니 부디 네가 어떻게든 나를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다오.'
광목이 이 말을 듣고 틀림없이 어머니인 것을 의심치 않고 목메어 슬피 울면서 그 종의 자식에게 말하였다.
'우리 어머니가 틀림없다면 본래 지은 죄업을 아실 것입니다. 어떤 죄업을 지었기에 나쁜 곳에 떨어졌습니까?'
그러자 종의 자식이 된 어머니가 말하였다.
'산 목숨을 잡아 죽이고 불법(佛法)을 헐뜯고 비방하는 등의 죄업으로 과보를 받았다. 만약 네가 복을 지어 나를 고난에서 구제하지 않았으면 이 업보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광목이 다시 물었다.
'지옥에서 죄로 인해 받은 고통은 어떤 것입니까?'
'그건 입으로 백천년 동안 말하여도 다 말할 수가 없다.'
광목이 그 말을 듣고 나서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다가 허공을 향하여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저의 어머니를 지옥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고 인간 세상에서 열세살을 마친 다음에도 다시는 무거운 죄로 인하여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시여, 제가 어머니를 위하여 세운 이 광대한 서원을 들어 주시옵소서.
원컨대 제 스스로 청정연화목여래 앞에서 맹세하옵니다. 만약 저의 어머니가 삼악도와 인간세상의 이 하천한 모습 내지 여인의 몸까지 영원히 벗고 영겁토록 그러한 과보를 다시 받지 않게 된다면 저는 백천만억겁동안 모든 세계의 지옥과 삼악도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을 맹세코 제도하여서 그들로 하여금 지옥 · 아귀 · 축생의 몸을 벗어나게 하고, 이와 같은 죄를 받는 무리들이 다 성불한 뒤에야 비로소 제가 깨달음을 이루겠나이다.'
이렇게 서원을 마치자 청정연화목여래의 말씀이 들려왔다.
'착하고 착하도다. 광목아! 네가 자비심으로 어머님을 위하여 이와 같은 큰 서원을 세웠으니, 너의 어머니는 열세살을 마치면 이 업보의 몸을 버리고 바라문으로 태어나서 백 세의 수를 누릴 것이다. 그리고 그 업보가 지난 뒤에는 무우국토[無憂國土 : 근심 없는 나라]에 태어나서 헤아릴 수 없는 겁을 살다가 불과(佛果)를 이루고 널리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인간과 천상의 중생들을 제도하리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정자재왕보살에게 이르시었다.
"그때 아라한의 몸으로 광목을 제도한 이는 곧 무진의보살이요, 광목의 어머니는 해탈보살이며, 광목은 곧 지장보살이니라. 지장보살은 과거 아득하고 먼 옛 겁 중에 이와 같이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겨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서원을 세워 널리 중생을 제도하여 왔느니라.
미래의 세상 중에 만약 남자나 여자 가운데 선을 행하지 않고 악을 행하는 자, 인과를 믿지 않는 자, 사음(邪淫)하는 자, 거짓말[妄口]을 하는 자, 대승을 비방하는 자 등 이러한 모든 죄업을 짓는 중생들은 반드시 나쁜 곳에 떨어질 것임에 틀림이 없느니라. 그러나 만약 선지식을 만나서 그의 권유로 손가락 한 번 튕길 동안만이라도 지장보살에게 귀의한다면 이 모든 중생들이 삼악도의 죄보(罪報)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니라.
만약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여 공경하며 예배하고 찬탄하며, 향 · 꽃 · 의복과 가지가지 진귀한 보배와 좋은 음식으로 공양을 올리는 자는 미래의 백천만억겁 중에 항상 하늘에 태어나 아주 뛰어난 즐거움[樂]을 받을 것이며, 만약 하늘에서 복이 다하여 다시 인간으로 내려오더라도 백천겁을 항상 제왕이 되어서 능히 전생[宿命]과 인과의 전후[本末]를 다 기억하게 되리라.
정자재왕보살이여, 이와 같이 지장보살에게는 불가사의한 위신력이 있어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나니, 그대들 모든 보살은 마땅히 이 경전을 기록하여 널리 유포하도록 하여라."
정자재왕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저희들 천만억 보살마하살이 반드시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아 널리 이 경을 펴서 저 염부제 중생들을 이롭게 하겠나이다."
이와 같이 정자재왕보살이 세존께 말씀드리고 나서 합장하고 공경히 절하고 물러났다.
그때 사천왕(四天王)이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지장보살이 저 아득하고 먼 옛겁에 이미 그러한 큰 서원을 세웠거늘, 어찌하여 지금까지도 제도하는 것이 끝나지 않았으며, 다시 광대한 서원을 세워야 하나이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사천왕에게 이르시었다.
"착하고 착하도다. 내가 이제 지장보살이 너희들과 현재와 미래의 인간과 하늘의 중생들을 널리 이익되게 하기 위하여 저 사바세계 염부제의 나고 죽음의 길 가운데 들어가 자비로써 모든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여 해탈케 하는 방편을 말해주리라."
"세존이시여, 즐거이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사천왕에게 이르시었다.
"지장보살이 오랜 겁으로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중생들을 제도해 왔지만 아직도 서원을 마치지 하고 거듭 서원을 세우고 있는 것은, 미래의 한량없이 많은 겁 중에 업의 인(因)이 이어져 끊이지 않는 죄많은 중생들을 자비심으로 가여워하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보살은 사바세계의 염부제 중생들을 백천만억 방편으로 제도하느니라.
사천왕이여, 지장보살은 만약 산 목숨을 죽이는 자를 만나면 태어날 때마다 재앙이 있고 단명(短命)하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도둑질하는 자를 만나면 빈궁하여 고통받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사음하는 자를 만나면 비둘기 · 오리 · 원앙새로 태어나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악담하는 자를 만나면 친족 간에 서로 이간질하며 싸우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남을 헐뜯고 꾸짖는 자를 만나면 혀가 없거나 입에 부스럼이 생기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성내는[瞋恚] 자를 만나면 얼굴에 더럽고 추악한 풍창이 생기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탐내고 인색한 자를 만나면 바라는 소원이 뜻대로 되지 않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음식을 절도 없이 먹는 자를 만나면 배 고프고 목 마르며 목병이 생기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사냥을 즐기는 자를 만나면 놀라 미치고 목숨을 잃어버리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부모의 뜻을 어기고 행패 부리는 자를 만나면 천재지변으로 졸지에 죽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산과 숲의 나무에 불 지르는 자를 만나면 미쳐서 헤매다가 정신 없이 죽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부모에게 악독하게 하는 자를 만나면 다시 바꾸어 태어나서 매 맞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그물로 살아 있는 동물의 새끼를 잡는 자를 만나면 가족이 이별하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삼보를 헐뜯고 비방하는 자를 만나면 눈 멀고 귀 먹고 벙어리 되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부처님의 법[佛法]과 가르침[敎]을 가볍게 여기고 업신여기는 자를 만나면 영원히 악도(惡道)에 떨어지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절의 물건을 파괴하거나 함부로 쓰는 자를 만나면 억겁을 지옥에서 맴도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청정한 행[梵行]을 더럽히고 스님을 속이는 자를 만나면 영원토록 축생을 면하지 못하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끓는 물 · 타는 불 · 도끼 · 낫 같은 흉기로 남을 해치거나 다치게 하는 자를 만나면 윤회하면서 서로 갚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계율을 깨고 재(齋)를 범하는 자를 만나면 새와 짐승의 몸을 받아 주리고 배고픈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재물을 옳지 않게 쓰는 자를 만나면 구하는 바가 막혀 더 이상 생기지 않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자만심이 높은 자를 만나면 하천하고 미천한 종이 되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한 입으로 두 말[兩說]하고 서로 다투게 하는 자를 만나면 혀가 없거나 혀가 많거나 하는 과보를 말해주고,
만약 소견이 그릇된 자를 만나면 야만족으로 태어날 과보를 말해주리라.
이렇게 염부제의 중생이 몸과 입과 의지로 짓는 악업의 결과로 받는 백천가지의 과보를 이제 대강 말하였나니, 이것은 염부제의 중생들이 각자가 짓는 죄업에 따라 과보를 받음에 갖가지 차별이 있음을 말한 것이니라. 지장보살은 백천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건만 중생들은 먼저 지은 이러한 업보로 뒤에 지옥에 떨어져서 여러 겁이 지나도록 벗어날 기약이 없으므로 그대들은 사람을 보호하고 나라를 잘 지켜서 이 모든 중생들이 미혹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사천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슬피 탄식하면서 합장하고 물러갔다.


제5품 지옥명호품
地獄名號品

지옥의 이름을 말씀하심

그때 보현보살마하살이 지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어진이시여, 원컨대 하늘 · 용 등 팔부신중과 현재와 미래의 모든 중생을 위하여 사바세계 염부제의 죄짓는 모든 중생들이 업보로 받는 지옥의 이름과 괴로운 과보를 말하여 미래세의 말법 중생으로 하여금 이 과보를 알게 하여 주십시오."
지장보살이 대답하셨다.
"어진이시여, 내가 이제 부처님의 위신력과 대사[大士 : 보현보살]의 힘을 입어 지옥의 이름과 죄업으로 받는 과보를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진이시여, 염부제의 동방에 철위산(鐵圍山)이 있는데 그곳은 매우 깊고 험하여 해와 달의 빛이 닿지 못하므로 어둡고 캄캄합니다. 거기에는 큰 지옥이 많이 있는데 그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쉴 틈 없는 지옥[極無間地獄] · 큰 고통 지옥[大阿鼻地獄] · 네 모서리 지옥[四角地獄] · 칼 날으는 지옥[飛山地獄] · 불화살 지옥[火箭地獄] · 뾰족산 지옥[夾山地獄] · 창으로 찌르는 지옥[通槍地獄] · 쇠수레 지옥[鐵車地獄] · 쇠평상 지옥[鐵床地獄] · 쇠소 지옥[鐵牛地獄] · 쇠옷 지옥[鐵衣地獄] · 일천 칼날 지옥[千刃地獄] · 쇠나귀 지옥[鐵驢地獄] · 구리 바다 지옥[洋銅地獄] · 불기둥 껴안는 지옥[抱柱地獄] · 불 흐르는 지옥[流火地獄] · 혀를 쟁기로 가는 지옥[耕舌地獄] · 목 자르는 지옥[剉首地獄] · 다리 태우는 지옥[燒脚地獄] · 눈 씹어 먹는 지옥[啗眼地獄] · 쇠구슬 지옥[鐵丸地獄] · 말 다툼 지옥[諍論地獄] · 쇠저울 지옥[鐵銖地獄] · 늘 성냄 지옥[多瞋地獄]등 입니다.
어진이시여, 철위산 안에는 이와 같은 지옥의 수효가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 밖에 또 지옥이 있으니 비명 지르는 지옥[叫換地獄] · 혀를 빼는 지옥[拔舌地獄] · 똥오줌 지옥[糞尿地獄] · 구리사슬 지옥[銅鎖地獄] · 불코끼리 지옥[火象地獄] · 불개 지옥[火狗地獄] · 불말 지옥[火馬地獄] · 불소 지옥[火牛地獄] · 불산 지옥[火山地獄] · 불돌 지옥[火石地獄] · 불평상 지옥[火床地獄] · 불들보 지옥[火梁地獄] · 불매 지옥[火鷹地獄] · 갈고리 이빨 지옥[鉅牙地獄] · 껍질 벗지는 지옥[剝皮地獄] · 피 뽑히는 지옥[飮血地獄] · 손 태우는 지옥[燒手地獄] · 발 태우는 지옥[燒脚地獄] · 가시밭에 처 넣는 지옥[倒刺地獄] · 불집 지옥[火屋地獄] · 쇠집 지옥[鐵屋地獄] · 불이리 지옥[火狼地獄] 등이 있습니다.
이 지옥들 속에는 각각 또 작은 지옥들이 있는데 하나나 둘인 것도 있고, 셋이나 넷인 것도 있으며, 혹은 백 천인 것도 있어서 그것들의 이름도 각각 다릅니다."
지장보살이 또 보현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어진이시여, 이는 모두 염부제에서 악을 행한 중생들이 업에 따라 과보[業感]를 받는 곳입니다. 업의 힘[業力]이란 매우 커서 수미산을 대적하고, 큰 바다보다 깊어서 능히 거룩한 깨달음의 길[聖道]을 가로막으므로 중생들은 설령 조그마한 악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죽은 후에는 털끝 만한 것이라도 그 과보가 있어서 어버이와 자식 같이 지극히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그 길이 다르고 비록 서로 만나더라도 그 업보를 대신 받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제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서 지옥에서 죄지어 고통받는 일을 대략 말하오리니 바라건대 어진이시여, 잠깐 이 말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보현보살이 말씀하셨다.
"나는 비록 옛부터 삼악도의 죄보를 알고 있지만 이제 지장보살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원하는 까닭은, 후세 말법시대의 모든 죄많은 중생들로 하여금 보살님의 말씀을 듣고 불법에 귀의하게 하고자 함입니다."
지장보살이 말씀하셨다.
"어진이시여, 지옥에서 죄업으로 받는 과보는 이러합니다.
어떤 지옥은 죄인의 혀를 빼어 소로 하여금 갈게 하며, 어떤 지옥은 죄인의 심장을 빼내어 야차(夜叉)가 먹으며, 어떤 지옥은 죄인의 몸을 끓는 가마솥 물에 삶으며, 어떤 지옥은 죄인에게 벌겋게 달군 구리쇠 기둥을 안게 하며, 어떤 지옥은 맹렬한 불덩이가 죄인을 쫓아다니며, 어떤 지옥은 온통 찬 얼음 뿐이며, 어떤 지옥은 끝없는 똥오줌이며, 어떤 지옥은 빈틈없이 화살이 날며, 어떤 지옥은 많은 불창이 찌르며, 어떤 지옥은 가슴과 등을 치며, 어떤 지옥은 손과 발을 태우며, 어떤 지옥은 쇠뱀이 몸을 감으며, 어떤 지옥은 무쇠개에게 쫓기며, 어떤 지옥은 무쇠나귀에 끌려 다니게 합니다.
어진이시여, 이러한 죄업으로 받는 지옥에는 각각 백천 가지의 벌 주는 기구가 있는데 그것은 모두 구리 · 쇠 · 돌 · 불로 된 것입니다. 이 네 가지 물건은 여러 가지 죄업의 과보로 생긴 것입니다. 만약 지옥에서 고통 받는 일을 자세히 말씀드린다면 한 지옥 가운데서도 다시 백천 가지의 고초를 받으니, 그 많은 지옥의 고통은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이제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고 보현보살의 질문을 받들어 대략 말씀드린 것이 이와 같사온데 만약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겁이 다하도록 말하여도 마치지 못할 것입니다."


제6품 여래찬탄품
如來讚歎品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을 찬탄하심

그때 세존께서 온몸으로 큰 빛을 놓으사, 백천억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佛世界]를 두루 비추시면서 큰 소리를 내시어 모든 부처님 세계의 모든 보살마하살 및 하늘 · 용 · 귀신과 사람과 사람 아닌 무리들에게 널리 이르셨다.
"들으라, 내가 이제 지장보살마하살이 시방 세계에서 가히 생각할 수 없는 대자비의 위신력을 나투어 모든 죄지어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하는 일에 대하여 칭찬하고 찬탄하리라. 내가 멸도한 후에 너희들 모든 보살마하살 및 하늘 · 용 · 귀신들도 널리 방편을 지어서 이 경을 지킬 것이며, 온갖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괴로움[一切苦]에서 벗어나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하라."
이렇게 말씀하시니 법회에 참석한 이들 가운데 '보광보살'이 공경히 합장하며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제 세존께서 지장보살에게 불가사의한 큰 위신력이 있음을 찬탄하셨나이다. 다시금 미래세의 말법시대 중생들을 위하여 지장보살께서 인간과 천상을 이익되게 하는 인과(因果)를 말씀하시어, 모든 하늘 · 용 등 팔부신중과 미래세의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 지니게 하시옵소서."
그때 부처님께서 보광보살과 사부대중들에게 이르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으라. 내가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지장보살이 인간과 천상을 이익되게 하는 복덕에 대하여 간략히 말하리라."
보광보살이 다시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즐거이 듣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보광보살에게 이르셨다.
"미래의 세상에 만약 선남자 · 선여인 중에서 이 지장보살마하살의 명호를 듣는 이 · 형상에 합장하는 이 · 찬탄하는 이 · 예배하는 이 · 생각하고 사모하는 이 등 이러한 사람들은 삼십겁 동안 지은 죄를 뛰어넘게 되리라.
보광보살이여, 만약 어떤 선남자 · 선여인이 지장보살의 형상을 그리거나, 흙과 돌에 칠을 하여 만들거나, 금 · 은 · 구리 · 철 등으로 이 보살의 상을 조성하여 한번이라도 우러러 예배하는 자는 백번이나 삼십삼천[=도리천]에 나서 오래도록 악도에 떨어지지 아니하며, 설령 천상의 복이 다하여 인간으로 태어날지라도 나라의 왕이 되어서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니라.
만약 어떤 여인이 여인의 몸을 싫어하는데, 정성을 다하여 지장보살의 형상을 그리거나, 흙과 돌에 칠을 하여 만들거나, 금 · 은 · 구리 · 철 등으로 형상을 만들어 공양하되 날마다 열심히 하여 물러남이 없이 항상 꽃 · 향 · 음식 · 의복 · 비단 · 당번[幢幡 : 깃발] · 돈 · 보물 등으로 공양하면 이 선여인은 한번 받은 여인의 몸이 다하면 백천만겁에 다시 여인이 있는 세계에도 나지 않게 되나니, 어찌 다시 여인의 몸을 받겠는가. 자비 원력(慈悲願力)으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스스로 여인의 몸을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지장보살을 공양한 힘과 지장보살의 공덕의 힘을 입은 까닭으로 이 사람은 백천만겁에 다시는 여인의 몸을 받지 않으리라.
보광보살이여, 만약 추하고 병이 많은 여인이 있어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는데 지장보살의 형상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우러러 예배하기를 밥 먹는 잠깐동안이라도 한다면 이 사람은 천만겁 중에 원만구족(圓滿具足)한 몸으로 태어나며 온갖 질병이 없을 것이니라.
또한 이 추한 여인이 만약 여자의 몸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백천만억겁을 항상 왕녀나 왕비가 되거나 재상이나 명문 집안이나 큰 장자의 딸이 되어 단정하게 태어나고 모든 모양새가 원만하리라. 지장보살께 지극한 마음으로 우러러 에배하면 이와 같은 복을 얻으리라.
보광보살이여, 만약 어떤 선남자 · 선여인이 지장보살의 형상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찬탄하고, 향과 꽃으로 공양하고 또 이를 남에게 권하면, 이들은 현재 세상에서나 미래 세상에서 항상 여러 신들이 밤낮으로 수호하여 악한 일은 전혀 귀에도 들리지 않게 되나니 어찌 모든 횡액을 직접 받는 일이 있겠는가.
또 보광보살이여, 미래 세상에 만약 나쁜 사람 · 나쁜 신 · 나쁜 귀신 등이 있어 어떤 선남자 · 선여인이 지장보살 형상에 귀의하여 공경하며 공양하고 찬탄하며 우러러 예배함을 보고 망령되게 꾸짖고 헐뜯거나, 공덕이나 이익이 없다고 비방하거나, 이를 드러내고 비웃거나, 또는 돌아서서 그르다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를 그르다고 하거나, 여러 사람들과 같이 그르다고 하는 등 만약 한 생각만이라도 꾸짖고 훼방하는 마음을 낸다면 이러한 자는 현겁(賢劫)의 천불(千佛)이 열반에 드신 뒤까지도 훼방한 죄보로 아비지옥에 떨어져 매우 무거운 죄를 받을 것이니라.
이 겁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아귀의 보[餓鬼報]를 받게 되며, 또 천겁을 지나고도 다시 축생의 보[畜生報]를 받게 될 것이며, 또 천겁을 지나고서 비로소 사람의 몸을 받게 되며, 비록 사람 몸을 받아도 빈궁하고 하천하여 눈[眼] · 귀[耳] · 코[鼻] · 혀[舌] · 몸[身] · 의지[意] 등의 육근을 갖추지 못하고 많은 악업이 그 몸에 맺혀서 곧 또다시 악도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보광보살이여, 다른 사람이 공양 올리는 것을 비방하고 헐뜯기만 하여도 이러한 죄보를 받거늘 더구나 다른 나쁜 소견을 내어서 불법을 직접 훼방하고 파괴함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보광보살이여, 만약 미래의 세상에 어떤 선남자 · 선여인이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어 살고자 하여도 죽고자 하여도 모두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꿈에 악귀나 또는 집안 친족과 험악한 길을 헤매기도 하고, 또 도깨비 무리에 홀리거나 귀신과 함께 놀기도 하다가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깊어짐에 점점 몸이 쇠약해져 잠자다가도 괴로워 소리치며 처참하게 괴로워하는 자는 모두 다 업장(業障)으로 죄업의 가볍고 무거움을 정하지 못하여 목숨을 버리기도 어렵고, 병이 나을 수도 없게 된 것이니, 남녀의 속된 눈으로는 도저히 이 일을 알지 못하느니라.
이러한 때는 마땅히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의 형상 앞에서 이 경전을 소리 높여 한 번이라도 읽고, 혹은 의복 · 보배 · 장원(莊園) · 집 등 무엇이든 그 병자가 아끼는 것을 놓고 병자 앞에서 분명히 말하기를, '저희들 아무개 등은 아픈 사람을 위하여 경전과 불상을 모시고 이 모든 물건들을 올려 공양합니다. 이것으로 부처님과 보살님의 형상을 조성하거나 탑이나 절을 만들고, 등을 밝히며, 또는 스님들께 보시하겠습니다.'라고 세 번을 아픈 사람이 알아 듣도록 하라.
만약 아픈 사람의 모든 의식이 흩어지고 숨기운이 다한 자라면 하루 내지 이틀, 사흘, 나흘에서 칠일에 이르도록 다만 높은 소리로 이 일을 말하고, 이 경을 읽을지니라. 이 사람은 목숨이 다한 연후에 숙세의 허물과 무거운 죄로 다섯가지 무간지옥에 떨어질 것인데 영원히 해탈을 얻어서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숙명(宿命)을 알게 될 것이니, 하물며 스스로 이 경을 쓰거나, 혹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쓰게 하거나, 혹은 스스로 보살의 형상을 조성하고 그리거나 남에게 권유하여 그렇게 하도록 한다면 그 공덕으로 받드시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니라.
그러므로 보광보살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독송하거나, 한 생각만이라도 이 경을 찬탄하고 이 경을 공경하는 사람을 보거든 그대는 마땅히 백천 가지 방편으로 이들에게 권하여서 정근(精勤)하는 마음이 물러나지 않도록 하라. 그리하면 능히 현재와 미래에 백천만억의 불가사의한 공덕을 얻게 되리라.
그리고 또 보광보살이여, 만약 미래 세상에 모든 중생들이 꿈 속이나 잠결에 온갖 귀신이 나타나 슬피 울며 근심하고 탄식하거나 두려워하며 겁내는 모습이 보이면, 이는 일생(一生)이나 십생(十生) 또는 백생 · 천생 과거세의 부모나 형제 · 자매 · 남편 · 아내 등 가족들이 악도에 빠져있으나 복력으로 구원해 줄 사람이 아무데도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숙세의 가족[宿世骨肉]들에게 호소하여 도움을 받아 악도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이니라.
보광보살이여, 그대는 신통력으로 그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의 형상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이 경을 읽게 하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서 읽게 하여라. 만일 그들이 세 번 또는 일곱 번을 읽으면 그러한 악도의 권속들이 마땅히 해탈을 얻어 다시는 꿈 속에 나타나지 않으리라.
또 보광보살이여, 만약 미래 세상에서 미천한 사람이거나 또는 모든 자유를 잃은 사람들이 숙세(宿世)의 업보를 깨닫고 참회를 하고자 하거든 지극한 마음으로 지장보살의 존상을 우러러 예배하면서 7일 동안 보살의 명호를 생각하고 불러 만 번을 채울 것이니, 이렇게 하는 사람은 지금의 과보가 다한 후에는 천만 생 동안 항상 존귀한 몸으로 태어나며 다시는 삼악도의 고통을 겪지 않게 되리라.
보광보살이여, 미래세의 염부제에서 바라문 · 찰제리[크샤트리아 : 무사계급] · 장자 · 거사 등 모든 사람들과 그 밖의 다른 종족이라도 새로 태어나는 자가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간에 7일 이내에 이 불가사의한 경전을 읽어주고 다시 보살의 명호를 만 번 불러주면 비록 숙세의 허물로 인하여 죄보를 받을지라도 곧 해탈을 얻게 되고 안락(安樂)하게 잘 자라고 수명이 연장될 것이며, 만약 그가 복을 받아 태어난 자라면 안락과 수명을 더하게 될 것이니라.
보광보살이여, 미래세의 중생들은 매달 1일 · 8일 · 14일 · 15일 · 18일 · 23일 · 24일 · 28일 · 29일과 30일에는 모든 죄를 모아 그 가볍고 무거움을 결정한다. 대개 염부제의 중생으로서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쓰는 것이 업 아님이 없고 죄 아닌 것이 없는데 어찌 하물며 방자한 마음으로 산 목숨을 죽이거나 해치며, 도둑질하고 사음을 하며, 거짓말을 하는 백천 가지의 죄를 일부러 지어야겠느냐.
만약 십재일(十齋日)에 부처님과 보살님과 모든 성현의 존상 앞에서 이 경을 한 번 읽으면 동서남북 백유순 내에서는 모든 재앙과 고난이 없으며, 그가 사는 집안의 어른이나 어린이가 현재 또는 미래 백천세에 영원히 악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며, 매달 십재일에 이 경을 한편씩 읽으면 현재의 이 집안에 모든 횡액과 질병이 없게 되고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하게 되리라.
그러므로 보광보살이여, 마땅히 알라. 지장보살은 이와 같이 말할 수 없는 백천만억의 큰 위신력과 이익주는 일이 있음을 알아야 하느리라. 염부제의 중생들은 모두가 이 지장보살에게 큰 인연이 있으니, 모든 중생들이 지장보살의 이름을 듣거나, 지장보살의 형상을 보거나 또는 이 경을 석 자나 다섯 자 혹은 한 게송, 한 구절이라도 듣는 자는 현세에 특별히 안락함을 얻을 것이며, 미래세 백천만 생 동안에 항상 단정한 몸으로 존귀한 가문에 태어나게 되리라."
그때 보광보살은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을 칭찬하고 찬탄하심을 보고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래 전부터 이 지장보살이 지닌 불가사의한 위신력과 큰 서원의 힘을 알았아오나, 미래의 중생들에게 알려서 이익을 주기 위하여 짐짓 부처님께 여쭈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경전의 이름은 무엇이라 하오며, 저희들이 어떻게 펴나가야 하오리까. 말씀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보광보살에게 이르시었다.
"보광보살이여, 이 경전의 이름은 대체로 세 가지이니 하나는 '지장본원경'[地藏本願經 : 지장보살의 본원을 밝힌 경]이요, 하나는 '지장본행경'[地藏本行經 : 지장보살이 행한 중생 구제의 일을 밝힌 경]이고, 또 하나는 '지장본서력경'[地藏本誓力經 : 지장보살의 서원의 힘을 밝힌 경]이니라.
이는 지장보살이 오랜 겁으로부터 내려오면서 큰 서원을 거듭 세워서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어 왔으니, 너희들은 이 서원에 의지하여 이 경전을 펴 나가도록 하여라."
보광보살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합장하고 공경 예배한 다음 물러갔다.